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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queline Lagrée (2002), Spinoza et la norme du bien 정리

논문이라기보다는 학회 발표문이긴 하지만 논리전개가 그다지 촘촘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 ​ 들어가며 ​ 스피노자 철학에 따라 만약 선이 상대적 가치라면 실천의 규범 역시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면 과연 스피노자 철학에서는 가치를 판단하는 한 개인의 주관보다 더 상위의 규범을 세우는 것이 가능할까? 또 가능하다면 과연 어떤 규범을 어떻게 세울 수 있을까? 예컨대 한 개인이 공동체를 위해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한다고 할 때 스피노자 체계에서는 이 희생을 어떻게 모순 없이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만약 가치의 상대성을 주장한다면 우리는 많은 윤리적 요구들을 정당성을 주장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워지게 된다. ​ 저자가 보기에 적어도, 스피노자 체계 내에서, 종교적 규범과 관..

학업기록 2024.01.04

20231231_計

연말연시 모임으로 바빠서 조금 늦게 올리는 지난 주의 신변잡기 돌이켜보면, 시작이 정말 좋지 않은 한 주였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어쩌면 지난 주의 교통사고보다 나를 더 강하게 타격하는 충격으로 월요일이 끝났으니 말이다. 나는 원래의 판단을 고수해야 했다. 편치 않은 감정이 마음 한켠에 자리 했지만 이런 저런 부대끼는 일들이 꽤 있었고 그것은 또 돌이켜보면 다소 긍정적으로 서술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예기치 않은 기나긴 토론 또는 논쟁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다시 빠져나오는 일이 있었고 예기치 못한 만큼 원래는 거리를 두고자 마음 먹었지만 그럼에도 알게 모르게 친밀감이 생기는 일도 있었으며, 도서관 근처의 식당들을 조금 더 잘 알게 되었고, 라틴어 공부를 재개하게 되었으며, 도스토옙스키의 『상처받은 사..

신변잡기 2024.01.03

20231224_計

크리스마스 이브 모임에 참석하느라 바빴던 탓에 하루 늦게 한 주의 기록을 갈무리한다. 월요일. 이번 주의 시작은 교통사고였다.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을 향하던 중 급정거한 앞 자전거를 피하려다 그 자전거의 페달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중심을 잃었다. 최대한 중심을 회복하려고 했지만 비틀거리다 결국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인 차량에 자전거를 박고 넘어져버렸다. 다행이 어딘가 깨지거나 찢어지거나 쓸린 곳은 없었다. 타박상에 따른 약간의 통증만 느껴졌다. 운전자는 나를 걱정해주었고 아무튼 그렇게 하루를 그리고 한 주를 시작했다. 사고가 있은 후 하루가 지난 날부터 며칠 간은 몸이 죄이듯이 욱신거리는 통증이 조금 더 더해졌다. 그 탓에 이번 주의 컨디션은 그다지 좋지 못했고 공부의 양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운동은 잠깐..

신변잡기 2023.12.26

P.-F. Moreau (1977), L’indexation du Tractatus Politicus 정리

도입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전개된 스피노자 『정치론』의 색인 작업의 이유, 방법, 어려움에 관해 다루고 어떠한 조건에서 이 작업으로부터 이론적 교훈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제시한다. Ⅰ. 이유 스피노자의 용어법은 정확하고 동시에 복잡하다. 먼저, 많은 단어들 혹은 단어의 집합이 체계 내의 개념적을 지시하는 기능을 부여받는다는 점에서 정확하다. 다음으로, 한편으로는 스피노자가 그러한 용어법을 여러 상이한 전통(수학자들의 전통, 스콜라적 언어, 사법적-정치적 어휘 등)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명시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역적 체계의 절차 속에서 특정 개념과 동의어로 사용되면서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 용어들(예를 들면, « animi libertas, seu fortit..

학업기록 2023.12.26

P.-F. Moreau (1977), Jus et Lex : Spinoza devant la tradition juridique, d’après le dépouillement informatique du Traité Politique 정리

우연한 기회에 발견했다. 이 논문에서 제안한 번역어는 최종적으로는 채택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일단 모로 본인부터 자신이 번역에 참여한 『신학정치론』에서는 régle de droit 같은 표현으로 jus를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도입 이 논문은 리에주 대학교의 LASLA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고전 문헌에 대한 정량적 문헌학 작업의 도움을 받아 스피노자의 『정치론』 내에서 사용되는 주요 사법적-정치적(juridico-politique) 개념어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다. 스피노자는 비록 새로운 용어를 많이 만들어낸 철학자는 아니며 오히려 그것을 꺼렸으나 기존의 전통적 용어들의 의미를 전유함으로써 용어들 사이의 새로운 개념적 배치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저작을 집필한 철학자였다. 따라서 만약 스피노자가 ..

학업기록 2023.12.21

20231217_計

엄지 수난시대라고 해야 할까. 지난 주에는 양파스프에 넣을 바게트를 썰다 빵칼에 왼쪽 엄지를 베이고 이번 주에는 오래 되어 군데군데 크랙이 있는 핸드폰 액정을 터치하다가 오른쪽 엄지가 살짝 베였다. 엄지는 아니지만 오늘은 또 침대 시트를 교체하다가 왼손 중지의 손톱이 들려 피를 보았다. 이번 주는 허투로 살지는 않았지만 공부는 많이 하지 못 했다. 연어 스테이크를 굽고 라클레트 파티를 기획하고 개신교 교회에서 열린 합창단 공연을 보러 갔으며 세미나 촬영을 하고 양파스프를 한 번 더 해보기도 했다. 요리도 공부도 다 마찬가지라 하면 할 수록 더 실력이 느는 부분이 있다. 처음 할 때보다 시간도 더 단축되고 훨씬 간단한 동선으로 요리를 해냈다. 그런 반면에 공부는 제대로 하지 못 했는데 우선 마감 기한 내에..

신변잡기 2023.12.18

Bertrand Binoche, « Quelle histoire, de quelle philosophie » 프로토콜 통합본

강독 세미나 프로토콜 2회 분을 통합한 것 전통적으로, 철학과 철학사는 제도적 형식(주석과 논문, 대학과 고등사범 준비반 등)에서부터 완전히 구별되는 지적 활동처럼 여겨진다(¶. 1). 그러나 피에르 마슈레의 이 책은 그러한 순진한 믿음을 비판한다. 마슈레는 철학이 형성되었던 (계급과 제도 등의) 역사적 정세 속에서 ‘철학’의 내용만을 추상하여 거장들의 이름만을 연대기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는 철학사 서술을 거부한다(¶. 2). 마슈레가 이 책에서 선보이는 철학의 역사는 헤게모니적 방식으로 쓰인 철학사와는 전혀 다르다. 그는 흔히 철학자로 여겨지지 않거나 정치색이 너무 강해 이론적 순수성을 해친다고 판단되어 철학사 서술에서 배제되기 일쑤인 군소 사상가들을 다루고 있다. 우리의 대학에서는 오직 거장들만이 ..

학업기록 2023.12.16

20231210_計

원하는 만큼의 성실성을 발휘하지는 않았지만 바쁘다면 바쁘게 보낸 한 주였다. 푸코의 Le Discours Philosophique와 관련된 학회에 참석했고 에티엔 발리바르와 마틴 자르 등의 발표를 들었다. 로크의 『인간지성론』 1권(한국어판 기준)을 끝냈고 2권을 읽기 시작했다. 양파 스프를 끊이고 익혔다. 다만 바게트를 자르다 빵칼에 손이 베였다. 운동 목표치를 채웠다. 이조김치에서 배추김치와 갓김치를 주문했다. 번역문 검토를 시작했다. 진저 스냅을 구웠고 수명이 다한 스탠드 등과 거실 등을 각각 교체했다. 필요 없는 책들을 추려냈고 냉장고의 식재료도 요리할 것은 요리해서 먹고 자리만 차지하던 녀석들을 싹 정리했다. 지금은 공부 모임의 두 번째 회차를 무사히 끝냈고 블렌디드 위스키에 입문하기 전 중간 ..

신변잡기 2023.12.11

20231203_計

이번 주에는 비교적 일기를 촘촘히 썼다. 막상 아주 자세히 기록한 것은 없지만 남아있는 기록 덕분에 한 주의 기억을 비교적 생생히 되짚어 볼 수 있다. 비로소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잠시 뒤틀렸던 기존의 삶의 질서를 되찾아 가고 있다고 느껴진다. 『신학정치론』 20장 번역을 마쳤다. 중간에 상당 부분을 건너 뛰긴 했지만 16장부터 20장까지 정치와 관련된 부분의 논고를 나-불 대역본으로 읽고 한국어로 옮긴 셈이니 꽤 길었던 대장정의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평소라면 회포를 풀겠지만 이번 주에는 위스키를 연거푸 마셔서 절제하려고 한다. 안주로 곁들인 구운 아몬드가 맛있는 탓에 과음이나 폭음은 아니지만 피로가 회복되지 않을 정도로 연속으로 마셨더니 지금은 영 기력이 없다. 다음 주에는 당장 내일부터 중요한 학회..

신변잡기 2023.12.04

20231126_計

분주한 탓에 하루 늦게 한 주의 결산을 올린다. 존 로크의 『인간지성론』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잡무를 해치우고, 츄러스를 튀기는 데에는 실패했고 또 사람들과 노래방에 갔으며 각자 공부한 내용을 공유하는 모임을 발족했다. 운동은 하지 못 했다. 그러고 보니 의도치 않게 술을 꽤 많이 마신 것 같다. 식이를 잘 절제하는 생활을 유지하다가 최근 간식과 야식을 챙겨서 먹었더니 살이 다시 조금 오른 것을 느낀다.

신변잡기 202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