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은 아무리 얼룩졌을지라도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필요하고 또 필연적이었던 것이니 더는 괘념치 말자, 그런 다짐 비슷한 것을 여러 차례하고 그 진리성을 인정하면서도 과거로부터 완전히 풀려나기란 쉬이 할 수 있는 아니다. 오비디우스의 시구 video meliora proboque, deteriora sequor 가 말해주는 것처럼 나 역시 후회라는 쓸모 없는 감정으로 공연한 시간을 허투로 쓰고 잃어버리는 일이 잦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보았고 조금 더 세련되고 발전한 영상미와 (이전 작과 비교해서도 그리고 작품 내적인 진행 과정에 있어서도) 다소 튀어 보였던 결말부가 인상 깊었다. 아마 같이 영화를 본 H의 코멘트가 아니었다면 꽤 오랜 기간 의미화하지 못 해냈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