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기록 29

‘Non ridere, non lugere neque detestari, sed intelligere’가 겨낭하는 것

스피노자는 인간의 감정을 두고 그것의 악덕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감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갖 인간적 현상들을 “비웃지도 탄식하지도 또한 미워하지도 말고 다만 이해하라(Non ridere, non lugere neque detestari, sed intelligere)”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때 스피노자는 어떤 이들을 염두에 두고 이러한 말을 했을까? 피에르-프랑수와 모로는 스피노자의 텍스트와 그의 서가 목록 그리고 전기적 자료를 추적하여 인간이 감정 앞에 취할 수 있는 태도를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스피노자가 그 각각의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간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1) 웃음(rire/ridere) : 인간은 감정적 현상을 두고 그것의 아이러니함에 웃을 수 있다. 이 유형에는 풍자..

학업기록 2023.11.22

케르베강이 설명하는 법철학

장-프랑수와 케르베강의 브랭 서점 강연을 요약한 것 법철학의 등장 법철학(la philosophie du droit)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생긴 학문 분과이다. 우리는 이 학문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기를 이 분과에서 최초의 가장 중요한 저작 가운데 하나인 헤겔의 『법철학(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의 출간된 1820년으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법철학’이라는 표현은 헤겔의 이 저작 이후 더욱 자주 사용되기 시작했다. 물론 ‘법철학’이라는 표현이 생겨나기 이전에 법에 관한 철학적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에 대한 사유는 ‘자연법(le droit naturel)’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었다. 실제로 많은 대학들에는 ‘자연법’ ..

학업기록 2023.11.20

‘jus’와 ‘lex’ 사이의 관계에 대한 두 가지 전통과 스피노자

피에르-프랑수와 모로에 따르면 ‘jus(droit)’와 ‘lex(loi)’의 관계와 관련하여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 전통이 있다 : 아우구스티누스적 전통 : jus는 lex의 부록과 같은 것으로서 독자적인 범주를 구성하지 못하고 인간법과 신법의 두 범주를 지닌 lex로 환원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아퀴나스주의 전통 : jus는 lex에 앞서 그 자신의 독자적 실재성을 지닌다. 오히려 lex는 이차적 현상으로서 특수한 경우에서 jus를 읽어낼 때 일어난다. 법과 관련한 사상가들의 담론을 읽을 때 우리는 해당 사상가가 이 두 가지 전통 가운데 하나에 속하는지 아니면 이 둘의 혼합 혹은 두 전통으로 환원될 수 없는 제3의 전통에 속하는지 정확히 분류하면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스피노자는 jus를 potent..

학업기록 2023.11.16

Langage, mémoire, écriture

지도교수 강의계획서 번역 글쓰기를 정당화하는 혹은 요구하는 가장 명백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분명 말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글쓰기는 말을 혹은 말의 공백을 대신한다. 이 공백은 아주 단순하고 또한 구체적인 불가능성을 말하는 것일 수 있다. 목소리가 닿는 범위 밖의 누군가에게 가령 멀리 떨어진 나라에 사는 누군가에게 글을 쓰는 상황이라거나 혹은 말을 할 때는 반드시 말하는 자가 앞에 있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글쓰기는 수신자가 자신이 원할 때 쓰여진 것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말보다 글쓰기를 선호하는 경우라거나 등등. 일반적으로 글쓰기의 수신자는 언제나 이론 상 가장 큰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에게 부쳐진 것을 읽거나 읽지 않을 자유 말이다. 또한 이 자유는 분명 누군가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학업기록 2023.09.02

Arne Naess, 심층생태운동과 스피노자적 영감(진행 중)

스피노자 철학의 현대적 사용 수업의 필기를 정리한 것. 지난 시간 수업 내용에 관한 정리. 적응은 파괴(destruction)와 일치(convenance)를 양극단으로 가지며 그 사이에서 진동한다. Arne Naess는 스피노자의 철학이 기하하적 방식으로 증명된 연역적 체계를 이루고 있다는 스피노자의 철학적 스타일에 주목한다. 그와 같은 기하학적 체계에서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그에 입각하여 도출되는 결론 역시 받아들여야 하는 논리적 구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구속성은 인간의 존재론적(ontological) 위상 변화가 인간의 가치론적(axiological) 위상 변화를 함축하는 것처럼 실천적인 구속성 또는 효력을 지니고 있다고 Arne Naess는 판단한다. Arne Naess는 이런 방식으로 스피..

학업기록 2022.10.31

청년 이븐 루쉬드의 두 가지 능력 이론

아랍철학 필기 내용을 정리한 것 인간의 지성과 관련하여 이븐 루쉬드(이하 아베로에스)의 견해는 아리스토텔레즈주의자 알렉산드르와 신플라톤주의자 테미시오티오스 중간에 위차한다고 할 수 있다. 알렉산드르는 말한다 : 인간의 지성은 유한하다. 이에 아베로에스는 묻는다. 그렇다면 유한한 지성이 어떻게 무한해질 수 있는가? 테미시오티오스는 말한다 : 인간의 지성은 무한하다. 이에 아베로에스는 묻는다. 그렇다면 어째서 인간은 유한한가? 청년 아베로에스는 우리의 지성을 첫 번째 단계의 능력과 두 번째 단계의 능력을 나누는 것으로 알렉산드르와 테미시오티오스의 사잇길로 걸어간다. (한편 노년 아베로에스는 자신의 초기 이론을 비판하고 인간적 지성이란 없으며 인간 존재는 신의 무한 지성이 우리의 신체와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

학업기록 2022.10.22

스피노자의 'adaptare'의 논리와 'accomodare'의 논리

스피노자의 철학에서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라는 것, 다시 말해서, 다른 부분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인식될 수 없다는 것은 정확히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스피노자에 따르면 자연은 무한한 인과의 연쇄로 가득하며 인간은 그 인과계열 가운데 일부를 구성할 뿐이다. 자연 안에는 항상 우리를 넘어서는 더 큰 역량을 가진 무엇인가가 있다. 스피노자가 『윤리학』 1부 부록에서 목적론적 편견의 발생의 메커니즘을 분석하면서 잘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어떤 대상을 우리의 용도(usum)에 맞춰(adaptare) 우리의 도구로서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자연의 전체 질서에 관해 모르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사물들의 정확한 원인을 모른 채 딱 우리가 사용하는 용도에 맞게 그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

학업기록 2022.10.21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에게서 '계몽(Aufklärung)'의 세 가지 의미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그들의 공저 『계몽의 변증법』 서문에서 '계몽(Aufklärung)'이 지닌 세 가지 의미를 밝히고 있다. 계몽은, 1) 루소, 칸트 등 '계몽주의 시대'의 철학자들을 지시하는 표현이며, 2) 더 넓은 의미에서는 역사 속에서 전개되는 이성의 진보를 의미하며, 3) 부르주아 계급이 주도하는 시장 사회, 즉 자본주의적 사회의 이념적 운동을 의미한다. 『계몽의 변증법』 은 대학원에서 한 차례 강독했던 저서라서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 집중을 덜 하게 된다. 필기 노트에서는 이 정도 내용만 간추리고 예전에 썼던 발제문을 다시 정리해서 업로드할 예정이다.

학업기록 2022.10.21

"나는 내가 사과를 생각하는 것처럼 신을 생각하지 않는다", Alexandre d'Aphrodise의 동화 원리

아랍철학 수업 필기노트 정리 이븐 루쉬드의 사상을 살펴보기에 앞서 그에게 많은 영향을 준 알렉산드로 아프로디스(Alexandre d'Aphrodise)의 동화(assimilation) 원리에 대해 살필 필요가 있다. 아프로디스에 따르면 주체가 어떤 대상을 인식할 때 주체는 그 대상과 동화된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그 대상의 형상과 동일시된다. 만약 우리가 어떠한 구체적인 물질적 대상을 지각한다면 우리의 영혼(âme)은 그 대상이 우리에게 촉발한 생리학적 요소들을 받아들이는데―이때의 영혼은 일종의 기체(substrata) 역할을 수행하는데 프로디스의 이러한 영혼 개념의 사용이 철학사에서 '기체' 개념의 시발점이다― 우리의 지성은 그 요소로부터 질료 등의 내용을 추상하여 그것의 형상과 연결시키는 기능을 담당..

학업기록 2022.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