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기록

‘jus’와 ‘lex’ 사이의 관계에 대한 두 가지 전통과 스피노자

RenaCartesius 2023. 11. 16. 22:18

피에르-프랑수와 모로에 따르면 ‘jus(droit)’와 ‘lex(loi)’의 관계와 관련하여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 전통이 있다 :

  1. 아우구스티누스적 전통 : jus는 lex의 부록과 같은 것으로서 독자적인 범주를 구성하지 못하고 인간법과 신법의 두 범주를 지닌 lex로 환원된다.
  2. 아리스토텔레스와 아퀴나스주의 전통 : jus는 lex에 앞서 그 자신의 독자적 실재성을 지닌다. 오히려 lex는 이차적 현상으로서 특수한 경우에서 jus를 읽어낼 때 일어난다.

법과 관련한 사상가들의 담론을 읽을 때 우리는 해당 사상가가 이 두 가지 전통 가운데 하나에 속하는지 아니면 이 둘의 혼합 혹은 두 전통으로 환원될 수 없는 제3의 전통에 속하는지 정확히 분류하면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스피노자는 jus를 potentia와 동일시하는 독특한 용어법을 지니고 있으며 이 용어법 자체가 이미 그의 이론적 입장을 보여준다. 법과 관련한 스피노자의 성찰에서는 jus 개념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번역의 문제

jus를 프랑스어 droit 로 번역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 복수형인 jura를 droit의 복수형 droits로 옮길 경우 문제가 발생하는데 현대 프랑스어에서 droits는 주관적 의미로, 즉 법을 의미하기보다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피노자에게서 jura는 객관적인 의미의 droit를 가리키는데 이것은 곧 사회적 삶에서의 능력, 기능, 역할 등을 의미한다. 이것은 행동의 규칙을 위해 개인의 정의로부터 연역한 사법적 지시(prescriptions juridiques)를 의미하기보다는 관습, 제도, 사회의 법적 평형을 형성하는 ‘법의 체계(système de droit)’를 의미한다. 이때의 droit, 다시 말해서 jura가 역량의 질서를 의미한다면, 반대로 lex는 입법자(législateur)의 질서를 의미한다.

이러한 구별 사이에서 jura는 ‘법률(lois)’보다 훨씬 섬세하고 유연한 영역을 구성한다. 스피노자는 『정치론』에서 입법자와 다른 개인들, 그리고 정념 사이에 이익, 제도, 힘, 그밖의 역량과 역관계에 속하는 것들의 체계라는 차원을 추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