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기록 29

Arne Næss가 주목한 스피노자에게서 '자연' 개념의 변형

4시간 연강으로 ―그야말로 쉬는 시간도 없었다― 그로기 상태이지만 어떻게든 스피노자 수업 내용만큼은 간략하게라도 정리하고 자겠다는 불요불굴의 의지로 굴강한 수면욕에 대항하여 억지로 기력을 쥐어짜내 써보는 정리글. 스피노자의 관점으로 생태철학을 수행하는 것은 오늘날 환경과 관련한 문제가 스피노자의 시대에 부재했기 때문에 그가 사유한 적도 염두에 둔 적도 없는 대상에 그가 다른 용도로 고안한 개념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데 왜냐하면 스피노자가 Deus sive Natura 라는 정식을 통해, 당대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신과 자연을 완전히 동일시함으로써 자연 개념을 기존의 것에서 전혀 다른 것으로 변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피노자의 변형은 ..

학업기록 2022.10.13

스피노자 철학의 현대적 사용

철학사 수업 필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우리는 어째서 "스피노자 철학의 현대적 사용"에 관심을 갖는가? 고전 철학을 도구화하여 현재를 사유하는 작업에는 언제나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이 따라붙는다. 그 철학자가 고려하지 않았을 상황을 검토하는 데 그 철학자가 형성한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러한 작업은 철학을 도구화하고 개념을 오남용하는 꼴이 아닐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1) 사실적 차원의 답변과 2) 권리적 차원의 답변. 먼저, 사실의 차원에서 그러한 문제제기에 답한다면 스피노자를 현대적 사유방식의 선구자로 간주하면서 그의 철학을 오늘날의 문제를 사유하기 위한 도구로써 사용하는 연구들이 이미 매우 많다는 사실을 제시할 수 있겠다. 스피노자는..

학업기록 2022.10.06

인식과 관심 ― 하버마스의 테제

1930년대, 호르크하이머가 전통이론과의 대별을 통해 비판이론을 규정하고자 시도한지 약 30년이 지난 후, 하버마스는 「인식과 관심 (1965)」 에서 호르크하이머의 문제의식을 계승하여 철학과 분과학문, 특히 당대의 사회과학과의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비판이론이 무엇인지 정의하고자 시도한다. 하버마스는 객관주의와 실증주의적 경향에 반대하면서 “관심이 연구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주장을 펼치는데 이것은 후설의 학문관에 대한 정면으로 대립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하버마스의 학문의 이데올로기적 측면을 분석하는 하버마스의 작업은 우선 이론(Theory)의 그리스어 어원으로 돌아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스어 어원을 살펴봄으로써 하버마스는 이론의 가지고 있는 두 가지의 특징적 측면을 강조한다 : 하나는 그것이 세계에 대..

학업기록 2022.10.04

ANA’L-ḤAQQ 에 대한 이븐 바자, 이븐 루쉬드, 이븐 투파일의 주장에 대한 짧은 정리

아랍철학 수업 필기노트 정리 '나는 신/실재/진리이다'라고 번역될 수 있는 ANA’L-ḤAQQ 는 수피 사상(soufisme)의 정수를 보여주는 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신과 인간의 합일, 결합 혹은 융합을 말하는 이 정식에 관해 아랍의 철학자들은 다양한 해석을 제시했으며 그러한 결합이 가능한 조건이 무엇인지 양자를 연결시켜주는 것은 무엇이며 정확히 어떠한 관계에 놓인 것인지 결합 상태의 존재론적, 윤리학, 신학적 의미는 무엇인지에 관해 정교한 논변을 펼쳤고 이는 개체와 절대자에 관한 상당히 오묘한 그리고 기독교 전통에서는 상당히 낯선 개념들을 낳았다. 그러나 모든 아랍의 사상가들이 수피 사상가였던 것은 아니고 ANA’L-ḤAQQ 으로 대변되는 절대자와의 통일이 허상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아랍 사상가 역시..

학업기록 2022.10.01

전통이론과 비판이론 ― 호르크하이머의 구분

이번 학기 수강하는 사회철학 연습의 필기내용을 정리한 것 막스 호르크하이머는 1937년 『전통이론과 비판이론』에서 당시에 부상하고 있던 '현재의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서 '비판이론'의 정체성을 전통이론과 구별지으면서 규정해보려고 시도한다. 이러한 호르크하이머의 시도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연구노선이 발전 중이었던 다양한 분과의 경험학문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도 동시에 철학과의 관련성을 놓지 않고 유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며 30년 후 하버마스가 '비판이론'에 규정성을 부여하려는 이러한 호르크하이머의 기획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전통이론은 데카르트의 통합과학의 이념에 따르는 학술활동으로 집약될 수 있다. 여기서 철학은 다른 경험적 학문의 분과들을 정초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학문의 위계 가운데 가장 정상..

학업기록 2022.09.25

스피노자와 경험 — 모로의 주제

피에르-프랑수아 모로는 스피노자에게서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피노자는 초기 근대철학에서 소위 '합리론' 진영의 대표격으로 알려져 왔고 그러한 규정은 스피노자가 경험을 경시하는 철학자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실제로 많은 주석가들은 『지성교정론』의 프롤로그에서 등장하는 1인칭 화자를 스피노자 본인과 등치시키고 그로부터 스피노자가 세속의 삶에 대한 욕망을 단절하고 '이성'에 따른 삶을 추구했다고 해석한다. 이러한 스피노자의 면모는 '유덕한 무신론자'로서 오랫동안 철학자로서 모범적인 삶의 전형으로 회자되었다. 그러나 모로는 이러한 해석경향에 반대한다. 비록 그 역시 스피노자의 철학 전모를 가장 적합하게 표현해줄 수 있는 규정은 '절대적 합리주의'라는 데 동의하지만 그가 경험의 중요성을 결코 무시하지 않..

학업기록 2022.09.15

능산적 자연(Natura naturans)과 소산적 자연(Natura naturata)의 연원에 관한 짧은 기록

피에르-프랑수아 모로의 Spinoza et Spinozisme의 국역본 『스피노자 매뉴얼』 111 쪽에 실린 역주에 따르면, "…(전략)…[이러한 용어의] 최초의 사용은 미카일루스 스코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아베로에스의 아랍어 주석을 라틴어로 번역하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소산적 자연/산출되는 자연'은 하늘의 별들을, '산출하는 자연/능산적 자연'은 그것을 담는 하늘을 가리킨다. 이후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여기서 '산출하는 자연'과 '산출되는 자연'은 각각 창조자 신과 모든 피조물들을 가리키거나 보전편적 자연 전체와 여기에 포괄되는 개별 피조물들을 가리키는 등 다의적으로 사용된다). 스피노자의 서가에 있었던 헤이레보르트의 책에서도 발견된다."

학업기록 2022.08.10

레비나스, 『존재와 다르게』 쪽글

대학원 들어와서 처음으로 쓴 발제문인데 좀 성기기도 하고.. 지금 만약 수업에서 발제를 한다면 번역 관련에 대한 저런 삐딱한 지적은 안 할 것 같다.. 1. 레비나스와 현상학 리투아니아 출신의 철학자 레비나스는 프랑스에 현상학을 최초로 소개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1932년 레이몽 아롱이 에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에게 현상학에 대해 이야기하기 이전부터 후설과 하이데거의 현상학에 몰두했다. 1930년『후설 현상학에서의 직관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50년 무렵부터 자신의 독자적인 철학의 노선을 개척하기 전까지 레비나스는 오랜 기간 동안 충실한 현상학 연구자로서 활동했다. 하지만 이러한 레비나스의 이력이 그가 이 기간 동안 후설과 하이데거의 철학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레..

학업기록 2022.07.09

Chantal Jaquet, ⟨영원성과 불멸성: 유한 양태들의 지위⟩ 발제

새삼 돌이켜보니.. 작년 봄학기에 스피노자 영원성 수업 청강했던 게 그토록 영원성 타령하게 된 원인이었구나.. 도입부 (pp. 75-76; ¶¶. 1-2) 스피노자는 『윤리학』 5부 후반부 (정리 21~42)에서 인간 정신의 영원성, 더 정확하게는 인간 지성의 영원성에 관해 다룬다. 스피노자의 이러한 행보는 『윤리학』 2부에서 주장한 심신평행론과 상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스피노자는 『윤리학』의 5부 후반부와 앞부분과 사이에 어떠한 단절도 없는 것처럼 논의를 이어간다. (¶. 1) 흥미로운 점은 스피노자가 「형이상학적 사유」에서 시간적 지속과 무관한 의미의 영원성을 오직 신만이 보유하고 있는 성질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형이상학적 사유」 에서 스피노자는 유한한 인간의 정신이..

학업기록 2022.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