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준비

리딩 리스트 추가

RenaCartesius 2022. 6. 30. 07:36

논문 준비 리딩 리스트에 추가할 문헌들. 맥주를 마셨더니 제대로 된 작업은 하기 어려워서 문헌 정리라도 한다. 

 

  1. Martin, C. (2018). Spinoza's Formal Mechanism. Pacific Philosophical Quarterly, 99, 151-181.
  2. Viljanen, Valtteri. "Spinoza's essentialist model of causation." Inquiry 51.4 (2008): 412-437.
  3. Zylstra, S. J. (2018). Immanent Causation in Spinoza and Scholasticism (Doctoral dissertation, University of Toronto (Canada)).
  4. Zylstra, S. J. (2022). Spinoza, Emanation, and Formal Causation, Jouranal of the History of Philosophy, forthcoming

1번은 Hübner 논문을 인용하고 있는 논문들 목록을 보다가 찾아낸 논문. 1번은 스피노자 체계에서 기계론과 형상인이 어떻게 양립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물론 이때 형상인은 Hübner 가 말하는 근대철학에서 재정립된 개념으로서 형상인으로 자연법칙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분량이 꽤 있기도 하고 꼭 읽어야 할 논문일지는 아직 모르겠다. 2번은 스피노자의 개체적 본질이 기하학적 형상이며 이 점에서 스피노자 철학에서 형상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Viljanen의 논문. Viljanen이 형상인 모델 해석의 주된 지지자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논문 중 하나이다. 3번과 4번은 Maxime Rovère가 최근에 출간한 『윤리학』 번역본의 각주를 보다가 발견했다. 스피노자가 『윤리학』에서 형상인을 언급하는 유일한 구절이 5부 정리 31인데 가지고 있는 『윤리학』 판본 중에 이에 대해서 각주를 달고 있는 책이 한 권도 없어서 혹시 Rovère는 달고 있는지 궁금해서 오늘 서점에서 가서 확인해봤다. 정확하게 스피노자의 형상인 언급에 관해 주해를 달고 있는데 주석에 따르면 스피노자는 이때 형상인이라는 말을 사실상 작용인의 함의를 갖는 개념을 재규정하고 있으며 그러한 텍스트적 근거는 『데카르트의 ⟪철학의 원리⟫』 1부 공리 8에서 스피노자가 데카르트의 "형상적"이라는 말을 해설하는 대목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자세한 논의는 4번 논문을 참조하고 다만 Hübner 같은 입장도 있다고 정리해두었다. 4번은 아직 출간되지 않아서 참조하지 못했고 대신 저자의 박사논문인 3번에서 관련 대목을 찾아보았는데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두고 있어서 김이 빠졌다. 스피노자는 형상인에 관해 언급할 때 "형상적 원인 또는(sive) 적합한 원인"이라고 서술하고 있는데 스피노자에게서 sive라는 선언지의 사용은 기존의 전통적 개념과 등가를 이루지 않는 개념을 연접시킴으로써 전통적 함의를 제거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용법으로 재규정하는 전략적 행보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5부 정리 31에서의 형상적 원인을 전통적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주장이었고 이러한 전략적 재규정의 근거로 스피노자가 4부 서문에서 목적을 욕망으로 재규정하는 사례를 제시하려고 했다. 그런데 저자가 이미 정확하게 내가 생각했던 그 부분을 인용하면서 논지를 전개하고 있었다. 물론 자기 원인 개념에 관한 것이나 Hübner 와 Carraud 비판과 관련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 더 남아 있긴 하지만 이 주제로 더 독창적인 것을 내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가 논문에 약해서요...

 

예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논의를 하고 있는 선행연구를 발견하면 반갑기도 하고 내가 틀린 길로 가고 있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인가를 생산해야 하는 입장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보니 이런 발견이 아주 달갑지만은 않다. 그러고 보면 나는 논문에 참 약한 사람이다. 조금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학술지 양식에 알맞은 주제를 잡는 데 큰 어려움을 느낀다. 연구범위를 한정하고 그 안에서 필요한 정도의 참고문헌을 정리하고 아직 채워지지 않은 퍼즐의 부분을, 그러니까 학계에 기여할 만한 정도의 오리지날리티를 제시하는 일을 도무지 잘 해내지 못하겠다. 차라리 통사를 쓴다면 몰라도. 이것 저것 안 읽어본 것은 아니고 알고 있는 게 없지도 않은 것 같은데 학계에 제시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내는 일이 버겁고 훈련이 덜 되었다. 학자는 결국 논문이든 뭐든 성과물로 말해야 하는데 입이 떼지지 않으니 원. 말할 수 없는 것은 실상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을 절차탁마의 기회로 삼는 수밖에는 없겠다. 우선 Zylstra의 최신 논문은 현재 구할 수 없으니 저자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서 pdf 파일을 미리 받아볼 수 있는지 문의해봐야겠다. 읽어보면 이 주제로 무엇인가를 더 써볼 수 있을지 없을지가 판가름날 것이다. 어쩌면 스피노자의 인과모델을 작용인으로 해석하려는 내 입장을 지지해줄 수 있는 주춧돌이 될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을 해줄 수도 있겠지.

 


 

참고문헌을 구하는 것도 참 일인데 Jean-Luc Marion의 Questions Cartésiennes Ⅱ 에 실린 논문을 꼭 읽어야 하는데 파본이 아닌 책을 구할 수가 없다. Vrin 서점에 있는 책이 모든 왼쪽 면 중간에 수직으로 된 선이 그어져 있어서 인쇄가 제대로 안 되어 있어서 굳이 아마존에서 주문했더니 똑같은 방식으로 훼손된 파본이 왔다. 그래서 교환을 요청했더니 또 똑같은 파본이 왔고 결국 환불했다. PUF 서점에는 주문한 책을 즉석으로 출력해준다고 해서 희망을 품고 오늘 찾아가봤는데 이제 더 이상 그 서비스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책이 도착하면 내가 직접 해본 뒤 결제하는 것으로 하고 일단 책을 주문해두었다. 아마 그 책도 파본일 확률이 무척 높을 텐데 립젠에서도 구할 수 없고 그거라도 울며겨자먹기로 사야할 판이다. 마찬가지로 Gueroult의 스피노자 주석서도 여전히 구하지 못했다. 나는 이곳에 오면 당연히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어디를 가도 없다. Vrin마저도 없다고 했고 다른 중고서점도 구하려고 하고 있지만 최근엔 자기들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럴 거면 한국에서 제본이라고 할 걸 그랬나보다. 그나마 Gueroult의 책은 립젠에라도 있는 것이 다행이다. 실은 마리옹의 Questions Cartésiennes 시리즈도 예전에 지도교수 님께서 빌려주신 적이 있는데 출국 전에 다 돌려드리고 왔다. 그때 꿀꺽할 걸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