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준비

Jean-Marie Vaysse, « Dictionnaire Heidegger », Principe de raison(Satz von Grund) 항목 번역

RenaCartesius 2022. 8. 9. 08:52

하이데거의 이유율에 관한 이해를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사전 항목을 번역해보았다.

 


 

  • 이유율의 헤게모니는, 전지구적 기술의 발휘에서 완성에 이르는, 근대(Temps modernes)의 결정적 특징이다. 
  • 이 원리는 비록 철학의 시작과 함께 알려지긴 했지만 17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라이프니츠에 의해서 모든 인식의 토대적 원리로서 정식화된다. 하이데거는 『이유율(Le principe de raison)』에서 이 원리의 기원과 운명에 관해 물음을 던진다. 모든 근대적 사유에서 그런 것처럼 라이프니츠에게도 존재자의 존재는 대상성(l'objectivité) 속에 있었으며 표상된 존재의 사실은 표상 속의 대상의 대상성에 귀속되었다. 이유율은 표상과 그 대상이 정초되어 있을 것을 요구한다. 이유율이 주어졌을 때 이 원리는 모든 대상의 표상에서 이 대상이 언제나 보장되어 있기를  요구한다. 원인이자 토대(fondement)로서 이유(raison)은 충분해야 하며, 이 충분성은 대상의 원전성에 의해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유율을 최고의 원리로서 개진하면서 라이프니츠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발명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는 서구의 전통을 집약해두었을 뿐이다. 왜냐하면 이 원칙의 요청을 지배하는 것은 후퇴(retrait)의 양상에 대한 존재의 분배(dispensation)이기 때문이다. 존재를 자연(physis)으로서, 즉 자신으로부터 스스로 현시되는 것으로 이해함으로써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Physique)』은 이미 우리에게 탈은폐는 존재의 토대적인 특징이며 이 탈은폐는 본질적 은폐와 분리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없었다면 근대적 사유의 명증성의 토양으로서 갈릴레오의 근대 지식의 수학적 프로젝트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가 주어져야 하는 대상성으로서의 존재자의 존재의 분배와 함께 원자적 시대를 결론으로 갖는 존재의 극단적 후퇴가 시작된다. 기술의 완전성은 그러므로 삶까지 포함하여 계산가능한 대상이 되어버리게 하는 존재자의 총체성을 그 이유를 들어 정초하라는 요청으로서 라이프니츠적 완전성의 메아리일 뿐이다(하이데거는 라이프니츠가 삶-보험(l'assurance-vie)이라는 생각을 최초로 떠올린 철학자라는 것을 우리에게 강조한다).
  • 그런데 만약 이유가 "왜"를 찾는 것이라면, 이 "왜"가 이유를 부여해주는 것이기에 이유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원리는 "왜"가 없는 그 어떤 것도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하이데거는 이 정식을 비교(祕敎)적 시인 앙겔루스 실레시우스(Angelus Silesius)의 다음의 문장과 대질시킨다. "장미는 그것이 피기 때문에 피며 장미에는 "왜"가 없다. 장미는 그 스스로에 대해 염려하지 않으며 보여지기를 욕망하지 않는다". "왜"가 결여된 장미의 개화의 "때문에"는 만약 이유율이 우리 표상의 대상으로서 장미와 관련하여 가치가 있다면 장미가 장미 자신을 파악하는 것으로서의 장미에는 가치가 없다. 그렇지만 만약 피어나는 장미가 자신의 피어남의 이유를 스스로 표상할 필요가 없다한들 그럼에도 장미에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닌데 개화는 자신의 이유를 자신 안에 가지면서 그 자체 안에 정초된다. 장미는 개화하는 동안 그것이 피기 때문에 핀다. 그러므로 "때문에"는 "~동안에"를 의미한다. 독일어에서 접속사 weil는 이유가 하나의 "머무르기(demeurer)"라는 점을 가리키면서 "때문에"를 의미하며 또한  "~하는 동안에"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접속사는 존재를 현전으로, 그 자체로는 정초되지 않은 기초(fond), 어떠한 기초에도 기초하지(repose) 않는 심연의 기초(fond abyssal)로 명명한다. 그러므로 "장미에는 "왜"가 없다"는 이유로서 존재를 나타나게 한다. 그러므로 존재는, 이유율에 해당하지 않는, 정초되지 않고서 정초하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이유율은 인식의 최고 원리일 뿐만 아니라 원리를 의미하는 동시에 비약을 의미하는 독일어 Satz의 의미에서 비약(saut)이기도 하다. 이유율은 심연의 기초로서 존재로의 비약이다. 

 


 

내가 원하던 내용이 아닌데 나는 하이데거가 충분이유율을 분석하면서 근대사상에서 "설명"의 이유와 기계적 작용의 "원인"을 혼동했다는 내용에 관해서 기초를 쌓고 싶었기 때문이다. "왜"와 "때문에"의 구별이 그러한 분석의 단초일 것 같기는 하지만 더 정확한 내용은 하이데가의 원문을 읽어봐야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 지금으로서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당장 드는 생각이라고는 하이데거가, 점잖게 말하자면 또 특유의 파자(破字)를, 직절적으로 말하자면 귀여니 짓을 했다는 것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