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준비

Yehouda Ofrath (2014), 「Le Concept de Forme dans la philosophie de Spinoza」에 대한 짧은 기록

RenaCartesius 2022. 7. 23. 05:31

스피노자 철학에서 'forme(형상)'과 그 파생형―'former(형성하다), 'formel(형상적)', 'formation(형성)'―의 용법을 정리하는 논문. 저자에 따르면 스피노자는 형상 개념을 매우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이 개념은 실체의 차원에 적용되든 양태의 차원에 적용되든 일의적으로 사용된다. 저자는 스피노자에게 형상 개념이 (실체의 본성을 구성하는 개개의 형상들 속에서 이뤄지는) 실체의 현실화(actualisation)을 통해 개별적 사물의 실재적 존재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요점을 잡기가 어려운 논문이었다. 형상 개념이 사용되는 구절마다 주석을 다는 형태이기 때문에 본문에 대한 면밀한 독해 없이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이렇다 할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형태의 글이다. 독창적인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모로의 큰 테제에 기대어 그 테제를 확인하는 정도의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아직 미숙한 연구자인 나는 이런 논문을 통해 철학자의 텍스트를 읽을 때 무엇에 집중하면서 읽어야 하는지 점차 배워간다. 이전에는 스피노자에게 'assus'라는 형용사가 체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모로와 주라바빌리치의 독해를 접하고 그런 요소를 발견해내는 정치함에 놀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나는 스피노자의 '형상', '형성하다' 등의 표현을 굉장히 특이하다는 인상은 받았지만 철학적 개념으로 이해하기보다는 혹은 그런 개념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한 채 그저 일반적인 의미일 거라고 짐작하고 넘어갔지만 (물론 이런 방식의 '형상' 개념이 당대 자연학에 기반한 무척이나 일반적인 사고방식이기 때문에 형상에 대한 스피노자적 논리에 부합하는 형상의 철학은 있어도 스피노자의 형상 철학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는 것이 모로의 테제이기는 하다) 저자는 내 생각이 멈춰선 지점에서 분석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 어쩌면 이것이 원전으로 철학 연구를 해야할 필요성일지도 모르겠다. 

 


 

그 외에 특기할 점이라면, 저자는 이 논문을 배우자에게 헌정하면서 『윤리학』 3부 서문, "모든 것이 그에 따라 일어나고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변화하게 되는, 자연의 법칙들과 규칙들은 어디에서든 항상 동일하며"를 제사(題辭)로 사용하고 있다. (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