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20240218_計

RenaCartesius 2024. 2. 20. 00:43

사과조림을 하다가 오른손 검지를 살짝 베였다. 사과를 썰다가 상처가 생긴 것은 아니고 시나몬 가루의 포장을 뜯다가 일어난 일이다. 그렇게 세게 긁힌 것도 아닌데 피가 흘러나왔고 여전히 약간의 흉터가 남아있다.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가끔은 정말로 뜬금 없이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이런 사건 사고를 맞닥뜨리게 된다. 누가 거기에 베일 것이라고 상상이나 하겠는가. 이런 문제는 피할 수가 없다. 경황이 없었던 탓에 올리지 못했던 기간 동안의 신변잡기란 대체로 이런 성격의 일들로 메워졌다. 

 

지난 금요일에는 거실의 전기가 나갔다. 정확히 말하면 전등 스위치가 먹통이 됐다. 두꺼비 집을 통해 켜고 끌 수 있었지만 불을 켜두면 지직거리는 소리가 꽤 크게 났다. 하지만 두꺼비 집을 내리는 방식으로 불을 꺼두면 아예 거실 쪽 전기가 다 나가버리기 때문에 불편함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집주인에게 연락했고 퓨즈를 교체하기 위해 아예 기존 기계를 떼어갔다. 그러다 보니 하루쯤은 무척이나 어둡게 보냈다. 모임이 있어 외출했다 돌아온 뒤 거의 바로 잠에 들긴 했지만 말이다. 주방과 화장실에 전기가 들어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전기가 들어오는 콘센트에 스탠드 등을 꽂아 근근한 빛으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집안에서 생활하기엔 무척 침침했기 때문에 보통 일요일에는 집에서 쉬면서 밀린 가사 노동을 하지만 이번 주말에는 비오는 흐른 하늘을 뚫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밤이 되어 집주인이 다시 수리를 위해 찾아왔지만 안타깝게도 문제는 결국 해결되지 못 했다. 

 

문제는 미결 상태로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19일)은 어쩐 일인지 눈이 아주 일찍 떠졌는데 그 덕분에 아침 시간에 어제 했어야 했던 집안일들을 한꺼번에 해치우고 편지 한 통을 부친 뒤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 밀린 일을 처리한다는 느낌으로 그간의 신변잡기를 올린다. 기록하지 않은 기간 가운데 아주 일부를 차지하는 자질구레한 일상에 대한 서술이지만 어쩌면 이따위 일이야말로 전부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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