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자고 일어나, 운동을 먹고, 끼니를 차려먹은 정도만 했을 뿐인데 벌써 어스름조차 어둠에 삼켜진 밤이 되었다. DUMAS에 대강 오탈자만 수정한 논문을 제출하고, 아틀리에 발표를 한 달 미루었더니 마음이 약간 해이해진 탓인지 그다지 손에 잡힌 무엇인가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재교를 봐야 할 원고가 넘어왔고 『신학정치론』 5장 번역을 마쳤다. 그 외에는 딱히 무슨 일을 했던가? 우선 초코 머핀을 만들어 보았다는 것과 계급횡단자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회에 참석했다는 것이 기억난다.
아직까지는 프랑스인 연구동료들과 몇 마디 말을 나누어도 내가 무언가 흥미로운 것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를 했다는 느낌보다 상대 쪽에서 외국인에 대한 의례적인 배려를 했다는 인상만이 있다. 언젠가 그 벽을 넘을 수 있길 바라며 나의 일을 착실히 해나가는 수밖에 없겠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독서는 지루한 구간을 빠져나와 이제 기세를 타기 시작했다. 초기작부터 나타났던 요소들이 어떤 것들은 합쳐지고 또 어떤 것들은 나뉘어지면서 궁극적으로는 심화되었다. 하지만 이토록 깊어져야 할 필요가 있을까? 가끔은 그러한 의문이 든다.
페이지를 넘기다 문득 내가 문학 작품을 그래도 꾸준히 읽게 되는 이유에 관해 떠올리게 되었는데 나는 문학을 통해 사람들에게서 모순적인 면모가 왜 그리고 어떻게 생겨나는지 볼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문학을 찾게 되는 것 같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내가 근래에 읽고 있는 것이 도스토옙스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아주 틀린 결론은 아닐 것이다.
소설 속 혹은 조금 과장한다면 문학 속 인물들은 대체로 평균보다는 정직한 사람들이다. 그 지나침으로 인해 그들은 몰락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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