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20240114_計

RenaCartesius 2024. 1. 15. 04:49

꽤 추운 날씨가 지속된 한 주였다. 한국의 청명한 겨울을 그리워 하는 나를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는 날씨였다. 깊이 숨을 들이쉬면 얼음장 같이 차가운 공기가 허파로 스미는 그런 날씨. 하눌은 유럽의 겨울답게 여전히 납과 같이 흐리지만 공기만큼은 상쾌했다. 

 

몇 가지 점에서 이번 주는 저번 주의 연속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에 이어서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있다. 계속해서 라틴어 수업을 듣고 있고, 미셸 빌리의 연구서를 읽으며 정리해놓고 있는데다, 여전히 하루에 『신학정치론』을 한 절씩 번역하고 있다. 

 

어떤 계획들은 아직 몸에 익지 않아서 무산되어 버리고는 하지만 대체로 계획대로 삶을 잘 이끌어 가고 있다. 적어도 계획이 목표한 방향과는 일치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약간의 새로움이 이번 주에 가미되었다고 한다면 둘이서 조촐하게나마 나의 집에서 책거리를 했고, 갑자기 닿은 오래 전 인연을 파리에서 다시 보게 되었으며,  지도교수에게 3월 중에 글을 한 편 써서 보내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그리고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소식은 바로 눈이 내렸다는 것. 

 


 

처음에는 싸락눈이었다. 그 눈을 맞이하며 나는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밤, 눈이 소복히 쌓였다. 뒷마당의 상록수가 하얗게 변했다. 쌓은 눈을 움겨쥐어 보았다. 차다. 이것이 겨울의 물질. 아주 오랜만에 감각하는.  

그 해 여름, 나는 애절하게 겨울을 기다렸다. 눈 덮힌 나무의 광경을 상상하고 또한 기대하며. 그 장면을 볼 즈음이면 마음의 소요가 가라앉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은 전혀 조금도 내리지 않았다. 

긴 시간이 흘러 나는 이제야 눈을 보았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권을 꺼내 보았다. 일련의 숫자들과 관련된 연원이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 기다리던 눈이 왔다. 지나간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너무 기다린지 오래여서 기대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은 일들이 실현되었을 때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적절할까. 눈을 보기 위해 여행을 고민하던 차였다. 

 


 

 

“ 어느 순간 나의 삶은 영문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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