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20240107_計

RenaCartesius 2024. 1. 8. 07:12

어제의 술자리가 오늘 새벽 3시까지 이어져서 숙취가 가시지 않는다. 세미나도 두 개나 잡혀 있어 피로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뻗을 정도는 아니기에 기운을 끌어다가 일주일의 결산을 내어 본다. 

 

이번 주에는 『신학정치론』 4장 번역을 마쳤다. 미셸 빌리의 연구서를 감탄하고 보석을 쓸어담는 기분으로 필기를 하며 읽었다. 라틴어 초급 강의를 시작했다. 공부는 썩 나쁘지 않게 나름대로 잘 끝마쳤다. 그러나 피로와 시간 부족 탓에 이번 주에는 운동 3회를 채우지 못 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상처받은 사람들』을 읽었다. 작가는 나에게 정교하게 제작된 오르골의 태엽을 감아 건냈다. 시간 속에서 서서히 전개되는 곡조의 통일성에 경탄하며 그가 들려주는 이 음악이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지 기대하며 책장을 조금씩 넘겼다. 오랜만의 아주 즐거운 독서였다. 

 

하지만 역자는 이 소설에 비약과 우연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며 가령 어째서 나따샤가 알료샤를 선택했는지 그것도 바로 이전에 상당 기간 동안주인공에게 세세한 관심을 보여주었음에도 두 가정 간의 불화를 잘 알고 있음에도 요컨대 알료샤를 선택할 만한 이유가 없음에도 나따샤와 알료샤 두 사람이 동거하게 된 것은 억지스러운 장치라고 평했다. 나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사랑도 삶도 어리석음도 모른다고. 

 

언젠가 어리석음에 관하여 써볼 것이다. 

 

며칠 간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들이 있었다. 가끔 상념에 젖었다. 그럼에도 잠깐이나 해가 맑게 뜬 날들이 역시 며칠 있었다. 가끔 희망에 젖었다. 하지만 희망은 간사한 것이다. 복화술사 들뢰즈가 스피노자의 입을 가장하여 말했듯 우리는 기쁨만을 믿어야 한다. 

 

다음 주는 기온이 많이 떨어져 제법 쌀쌀한 날씨들이 예정되어 있다. 그 주에도 역시 장갑을 낀 채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을 향하는 내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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