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기록

J.-F. Kervégan (2021), Les droits comme institutions 정리

RenaCartesius 2024. 1. 21. 08:11

초록

 

이 논문은, 자연법(jusnaturaliste) 이론과 법실증주의(juspositiviste) 이론 사이의 고전적 대립에서 출발하여, 모리스 오리우(Maurice Hauriou)의 제도 이론과 프리드리히 카를 폰 사비니(Friedrich Carl von Savigny)의 법제도(Rechtinstitute) 개념에 의거하여 권리(droits)에 관한 제도주의적 개념이 이 양자택일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보이고자 한다. 그러나 권리들을 제도들로서 생각하기 위해서는 존 설이 Making the Social World에서 제시한 것보다 더 명확한(discriminante) 개념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도입

 

자연법 사상에 따르면 토대적 권리들은 “자연”과 관련되어 있다. 이때의 “자연”을 무엇으로 이해하든지 이렇게 파악된 권리는 “자연적이며, 소외불가능하고 신성하다”. 따라서 이 권리들은 현존하는 권력과 그것이 명령하는 규범들의 지배 하에 놓여 있지 않다. 오히려 이 권리들이 권력의 행위를 평가할 수 있는 규범들을 구성하며 “모든 정치적 제도들의 목적”을 정의한다.

반대로 법실증주의에 따르면 만약 토대적 권리들이 사법적 성격을 가지기 위해서는 실정적 법(droit positif)을 통해 창조되어야 한다. 벤담의 말처럼 “권리는 법률의 자식(a right is the son of the law)”이며 법률적 근거가 없는 자연적 권리라는 이념은 넌센스에 불과하다. 설령 하버트 하트처럼 도덕적 권리들의 “기초적 진리”로서의 성격을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여기에는 이미 사법적 체계가 암암리에 전제되어 있다. 그러므로 법실증주의의 관점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권리는 실정법에 의해 규정된 권리이다. 이 경우 만약 “인권”이 가치를 지닌다면 그것은 국가적 층위에서 인정되는 헌법적 가치가 부여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전통에 대한 반박은 널리 알려져 있다. 권리들이 자연으로부터 나온다는 발상은 순전한 상상이며 그러한 것으로 권리는 실제성(effectivité)을 지니지 않으며 그것이 실제적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보장(grantie sociale)”이 필요하다. 한편 권리들이 순전히 실정적인 것이라면 그것의 구성은 매우 취약하지 않을까? 실정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토대적 권리가 지녀야 할 것으로 간주되는 소외불가능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자면 만약 토대적 권리들이 자연적인 것이라면 그것의 “실제성(efficacité)”이 언제나 외적 보장을 가정해야 해야 하며 그것은 언제나 불확실한 것으로 남을 것이다. 혹은 만약 토대적 권리들이 실정적인 것이라면 그것의 실제성은 실정적 법에 의해 보장되지만 그것의 “타당성(validité)”은 상대적이거나 혹은 추상적인 것으로 머무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제도들(institutions)”이 헤겔이 명명한 것처럼 “제2자연”으로서 실정적 법이 귀속되어야 하는 준-자연적 지평이라면, 법률(law)을 제도(혹은 제도의 체계)로서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자연법 사상과 법실증주의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줄지 모른다. 더 나아가 주권적 권리들을 “제도들”로서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적 권리”들의 실추된 이미지와 실정성에 굴복한 권리의 사이의 제3의 길을 제시해줄지도 모른다.

 

제도 일반과 특수한 사법적 제도

 

제도란 무엇인가? 하나의 제도는 그것이 어떤 지위나 역할을 부여하는 개인들 혹은 집단들의 행동들을, 개인과 집단의 (주관적) 표상이나 희망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객관적인 방식으로 규정된 특정한 목적과 관계시키고 또한 지속적이면서도 [그럼에도] 미리 규정되지 않은(non concertée) 방식으로 조정하는 규범적 체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제도는 명확한 규칙들―존 설이 이야기하는 “지위(statuts) 혹은 규제적 규칙”―을 통해 조직될 수도 있으며 반대로 그 기원이 자연적 사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설이 “구성적 규칙”이라고 말한 것에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제도는 다른 제도의 활동으로부터 연원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특정한 조건 하에서 제도는 개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부여되는 어떤 성격들―예컨대 인격이나 의지―에 힘입어 준-개체성을 확보할 수도 있는데 오리우는 이러한 제도를 “인격적 제도(institutions-personnes)”라고 불렀다.

이이렇게 정의된 제도는 네 가지 특징을 갖는다.

  1. 제도는 규범적 임무를 지니거나 적어도 규범적 효과들을 산출한다. 다시 말해서 일군의 행동들을 명령하거나 금지하거나 혹은 허용한다. 즉, 제도들은 “당위(devoir-être)”를, 의무(obligations)와 명시적 규칙, 혹은 normes informelles을 낳는다.
  2. 제도는 어떠한 생각, 사물 혹은 활동이다. 오리우가 말한대로 제도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혹은 사회적 집단 내에서 실현되는 이념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때 이 이념, 생각은 natre objective, individualité objectuve 으로서 누군가가 가진 주관적 생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실존을 가지며 제도의 삶 속에서 물질화되는 이념을 말한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이념은, 뒤르켐이 말한대로, “개별적 표현들과 독립된 고유한 실존을 지닌다”
  3. 안정성. 오리우에 따르면 제도들은 법 내에서, 역사 내에서 그런 것처럼, 지속과 연속성 그리고 실제적인 것의 범주에 해당한다. 제도는 영원하다. 제도는 한 개인이 발명하여 만들어낸 것으로서 정확한 역사적 연원을 갖는 대상이 아니다. 제도는 이미 항상 거기에 있는 것으로서 있다.
  4. 제도 내에서 이뤄지는 행동들은 의례화되어 연출된다. 이처럼 특정 제도 내에서 이뤄지는 행동들이 특정한 절차에 따라 전개된다는 사실은 해당 제도의 동일성을 보장한다. 행동들은 제도가 지시하는 배경 내에서 수행됨으로써 그것을 수행하는 주체의 주관적 목적과 독립된 객관적 의미를 가지게 된다.

 

요컨대 제도는 객관 정신이다 : “Culture faite nature, les institutions sociales participent de la « seconde nature » au sens de Hegel (p. 186)

 

그렇다면 사법적 제도들(institutions juridiques)은 무엇인가?

사법적 제도들에 대한 이론이 법에 대한 제도주의적 이론과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며 전자의 외연이 후자의 것보다 넓다. 그러나 저자는 우선 여기에서 법에 대한 제도주의적 이론만을, 즉, 20세기 전반에 전개된 오리우, 로마노, 슈미트의 이론 및 20세기 후반에 전개된 언어 분석철학에서 발전한 이론들만을 다룬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사비니(Savigny)의 Rechtinstitute 개념은 법 개념에 대한 제도주의적 접근의 특징들을 밝혀줄 수 있다.

 

*Rechtinstitute (institutions-choses)와 Rechtsinstitutionen (institutions corporatives ou institutions-personnes )사이의 구별

전자는 재산 혹은 결혼처럼 개체성만을 지닌 것이다. 반면 후자는 연합체의 경우처럼 이것의 개별성은 주관적 상태를 넘어서는 것이며 그것이 이 제도들에 법인(personnalité morale)의 성격을 부여한다. 한이것을 잘 구별하지 않으면 제도의 객관적 측면을 무시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사비니의 법학이론의 기초 역시 역시 주관적 권리 개념이다. 주관적 권리는 개별 인격이 지닌 역량(puissance à la disposition de la personne individuelle)을 의미하며 이것은 곧 Willensmacht 로 정의될 수 있다. 그러나 주관적 권리는 권리 관계의 특수한 측면, 즉 주관적 측면만을 나타낸다. 따라서 권리 관계가 주관적 권리보다 다소 더 토대적인 개념이며 이 개념은 다시 제도-권리(Rechtsinstitut)에 의존한다.

 

*사비니의 Traité de droit romain actuel (1840)의 1권 2장에서 제시되는 근본 개념들

rapport de droit (Rechtsverhältnis, 4절)

institut de droit (Rechtsinstitut, 5절)

source de droit (Rechtsquelle, 6절)

esprit du peuple (Volksgeist, 7절)

 

이러한 측면에서 사비니는 한 개인의 능력으로 환원될 수 없는 독특한 권리 개념을 발전시켰다. 권리는 주체의 의지가 아니라 그러한 의지를 허용하는 권리 관계들을 조직하는 제도이다 : Savigny développe donc une conception structurale du droit : le droit, c’est le système des Rechtsinstitute permettant, dans des rapports de droit donnés, l’allocation des droits subjectifs. (p. 188)

이러한 의미에서 제도-권리의 변별적 특징은 바로 그 기원을 명확히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le droit se présuppose toujours lui-même, p. 188). 이 제도-권리는 공시적(synchronique) 구조 안에 기입되어 있는 동시에 자기-전제적인 통시적(diacronique) 배치 속에 있다는 두 특성이 결합되어 있다. 이것은 곧, 1) 사법적 제도들은 고립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과 2) 지속 내에서만 실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제도-권리는 connexité 와 stabilité 를 특징으로 갖는다.

 

제도적 사실로서 권리(droits)

 

이러한 방식으로 권리 개념을 바라보는 제도주의적 시각은 주관적 권리에 대한 대안적 관점을 제공한다. 권리는 “자연적이고 절대적인(imprescriptible)” 것도 아니며 순수하게 실정적 창조물도 아니다. 권리는 사법적 제도의 맥락 속에 기입되어 있는 제도들 혹은 요소들로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권리가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것인지 합의에 따라 주어지는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양자택일로부터 해방되어 지난 수 세기 동안 권리 개념을 정의해왔던 자유주의적 관점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그러나 존 설과 같은 방식의 접근은, 비록 현대의 제도주의 이론에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권리에 대한 제도주의적 관점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존 설의 사회적 존재론―이것은 헤겔과 뒤르켐이 “집합적 표상” 개념으로 접근했던 것을 다루는 새로운 방식이다―은 인과 법칙을 통해 설명 가능한 자연적인 날 것 그대로의 사실(brute facts)과 사회적 집단의 정의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자연적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의 현실을 구성하는 실재적 사실을 구별한다. 후자는 집단적 의도성을 지닌 행위로서 실행되며 그러한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에 일종의 규범적 힘을 부여하는 “구성적 규칙”―이 규칙은“X compte comme un A dans le contexte C”의 형식을 갖는다―으로서 작동한다. 예컨대 사람들은 장례식장에서 웃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행위자들이 장례식이라는 사회적 맥락에서는 웃는 행위가 금지되는 규범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설은 주관적 권리 개념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인간성 혹은 천부적 인권 따위가 한 인간에 주어져 있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인권은 날 것 그대로의 사실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권리 혹은 인간으로서 지위 개념을 사회적 존재론에 입각해서 사유해야 한다 : It is no more logically absurd to assign a status function of a right directly to humans than it is to assign a status function of being money to a piece of paper or a piece of gold. The logical structure is that we must treat being human as a status, like being private properly […] or being married. - p. 191 ; Searl, John, Making the Social World, p. 181.

 

인간의 권리는 화폐, 도구, 결혼 혹은 여타의 사회적 제도들과 같은 방식으로 사회적으로 실존하는 것이다. 즉, 권리는 집단적 의도성의 행위로부터 파생되는 제도적 사실들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권리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 권리를 의무론적 힘을 정의하는 제도적 사실로서 보는 설의 해석은 세 가지 문제를 지니고 있다.

  1. 설은 “권리” 개념을 (호펠트의 도식에서) claim-rights 쌍에 해당하는 것으로 축소하여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토대적 권리가 claim-rights 라는 것은 반직관적이다. 왜냐하면 많은 권리들이 privileges 혹은 immunities 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2. 설은 벌린이 제시한 소극적 권리와 적극적 권리의 도식 가운데 소극적 권리만이 참된 인간의 권리로 간주될만 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설의 정치적 이념이 반영된 결과이며 그의 주장은 제대로 정당화되지 않았다.
  3. 설은 회적 존재론을 제시하면서 의무론 역시 존재론으로 환원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권리와 같은 사법적 개념들을 윤리적 전제에 근거하여 정당화하고자 시도한다. 그러나 이것은 제도주의적 접근의 독창성을 떨어뜨리고 자연법 사상으로의 회귀를 불러온다.

그러므로 권리에 관한 제도주의적 이론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설이 제시한 권리 개념보다 더욱 잘 다듬어진 도구가 필요하다. 설은 권리, 법 등의 규범을 구성적 규칙에 발생된 것으로서 제도적 사실로 고려하지만 이것은 규범의 규범성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설이 규제적 규칙이라고 부른 것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부록

호펠트의 권리 목록(HOFELD, Wesly Newcomb, Some Fundamental Legal Conceptions as Apllied in Juridical Reasoning,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64[1919], p. 36)

Type de droitCorrélatContraire

Right Duty No-right
Privilege No-right Duty
Power Liability Disability
Immunity Disability Liabi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