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의 ⟨램프와 빵 —겨울 版畵 6⟩ 고맙습니다. 겨울은 언제나 저희들을 겸손하게 만들어주십니다. 파리에 도착한 아침, 나는 이제 계절이 명명백백히 겨울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길고도 짧은 여행이 끝나고 잠시 미뤄두었던 일상의 리듬에 다시 나를 맞춰가는 중이다. 여행을 하며 새롭게 얻은 것들을 채워 넣을 틈을 벌리고자 이리저리 애쓰면서 말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란데스 도서관의 카페에서 한 차례 느꼈던 두려움을 마주해야 한다.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에도 대낮처럼 환하던 여름은 가버린지 오래이고 저녁식사를 할 무렵 어둑해지기 시작하는 가을은 커녕 그 즈음에 이미 한밤의 어둠이 엄습해있는 겨울로 들어섰다. 슈투트가르트 공항은 휑뎅그렁했다. 그렇게 큰 규모의 공항은 아니었지만 그 적막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