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52

20240421_計

지난 주의 기록을 조금 늦게 써본다. 면담은 그렇게 길지는 않았지만 잘 끝났다. 내가 봉착한 그리고 봉착할 수밖에 없었고 그 점에서 극복할 수 없어 우회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한계 지점들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지도교수 님이 교내 잡지에 투고할 의향이 있냐고 물어보시기도 했으니 완전히 어긋난 글은 아니라는 거겠지. M2 논문 1장도 정리해서 투고해야 하는데 만약 이 글도 어딘가에 낸다면 손을 더 많이 봐야 할 것 같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지만 일단 구슬을 하나씩 모으는 과정도 필요한 법이다. 이 글을 쓰면서 많이 참조했던 학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의견을 구했는데 그 중에서도 M 선생님이 (한편 답장이 오지 않던 K 선생님에게서는 오늘 23일 절제되어 있지만 단호하고 또한 날..

신변잡기 2024.04.24

20240414_計

꽤나 분주했다. 계속 긴장하고 조마조마하던 아틀리에 발표를 했고 지도교수 님과의 면담날짜도 확정했고 다른 일정으로 바빠 두 번 연속 빠졌던 라틴어 수업을 오랜만에 다시 들었다. 그 외의 일들에 관해서는 기억이 멀겋다. 아마 매일의 일기를 남기지 않은지 꽤 되어서 그럴 것이다. 일기를 쓰던 때는 기록된 과거를 굳이 들춰내어보지 않아도 그날 그날의 일들이 기록하는 순간과 함께 꽤 선명하게 머릿속에 저장되었지만 최근엔 손일기를 손 놓은지 이미 오래이다보니 기억이 생생하게 저장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을 빌려 과거를 조금 더 불러어 몇 글자 더 적어본다면, 우선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리스 비극을 읽은 뒤 그리스 비극의 테마와 접해있는 이 소설을 읽게 된 것은 역시..

신변잡기 2024.04.16

20240407_計

'가는 날이 장날이다'라는 속담의 반대말로 쓸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딱히 없는 듯하다. 이를테면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였다' 같은 말은 우발성을 담고 있지 않아 보인다. 아무튼 최근 이 속담의 반대말을 곰곰이 생각해본 까닭은 어딘가에 갈 때마다 늘 닫혀있기가 일쑤였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항상 냄새로 나의 주의를 끌던 치킨집에 가보았더니 기계 고장으로 15일 동안 닫는다는 공지문만 남아있었다. 멀쩡하던 곳이 내가 마침 방문하니 문제가 있어 문을 닫은 경우가 최근에는 내 주변에서 비일비재했다. '희비교차'라는 말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궂고 흐린 날씨와 맑고 화창한 날씨가 교차하는 요즘이다. 굵직한 일들을 마무리했지만 여전히 부담이 되는 일들을 준비해야 하고 또 잔잔한 일상을 ..

신변잡기 2024.04.08

20240331_計

짧은 프랑크푸르트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도착한 날, 집세 인상을 알리는 편지가 나보다도 먼저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이 두 번째인 프랑크푸르트는 약간은 익숙하고 그 익숙함에도 약간은 낯선 그런 이중적 느낌이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관광이라고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이번 여행 때는 지난 번에도 들렸던 슈테델 미술관과 다시 방문할 때를 위해 남겨두었던 젠켄베르크 자연사 박물관에 갔다. 슈테델 미술관은 괴테가 반겨주는 곳이다. 첫 방문부터 나는 이 미술관을 아주 인상 깊게 관람했다. 미술관의 공간성을 이곳보다 더 잘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쓸쓸함 속에 충만함을 느끼며 문득 나는 나 혼자서 두 번이나 오게 된 이 슈테델 미술관에서 그를 통해 그와는 이곳에 온 적이 없음에도..

신변잡기 2024.04.01

20240317_計

최근에는 수면 패턴이 이상하다. 몇 주 전까지는 굉장히 잠으로 오래 잤다. 잠으로 도피하고 있나 싶지 않을 정도로. 그러다가 며칠 전부터는 아침 일찍부터 눈이 떠진다. 의도치 않게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극에서 극으로 바뀐 수면 패턴의 변화가 건강의 이상 신호가 아닌지 약간은 우려스럽지만 우선은 평소에 바랐던대로 아침 시간을 최대한 알뜰하게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워낙 두서 없이 휘갈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작성 중인 글의 개요와 각 장별 개요를 갖추었기 때문에 썩 나쁘지 않은 한 주였다. 다만 주말에는 여러 모임이 잡혀있어 끝심을 발휘하지는 못 했다. 성기게 얽힌 일들을 하나씩 쳐내고 갈무리하여 정리하고 있다. 느닷없이 다소 충동적으로 3월 말에 프랑크푸르트 방문 일정을 잡아버렸지만 4월이 되기 전에는 ..

신변잡기 2024.03.18

20240310_計

무얼 했더라 이번 주는. 아무튼 공부량은 매우 저조하다. 이번 주까지 그래도 서론은 국문으로라도 썼어야 했는데 아마 못 쓸 것 같다. 개요는 머릿속에 들어있고 기존에 작성해둔 문건들도 몇 있지만 아직 성에 차는 형태로 만들어 내지 못 했다. 가설을 검토하기 위해 텍스트를 참조하고 있다는 핑계로 이런 저런 기록을 남기면서 홉스의 『법의 기초』와 스피노자의 『정치론』을 읽었을 뿐이다. 그 외의 일로는 지도교수 님께 이번에 나온 책을 드렸고 4월 초까지 발표문을 보내겠다는 것과 그 글을 토대로 한국에 가기 전에 면담을 하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쳤다는 일과 조성진 콘서트에 다녀왔다는 것 정도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요동친다. 노련한 조타수가 못 되는 탓이리라.

신변잡기 2024.03.11

20240303_計

한 주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마침내 전등을 고칠 수 있었고 이제는 예전의 밝음 속에서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더해 지난 일요일에는 비누 조각을 떨어뜨려 한동안 막혀 있었던 세수구에 몇 차례 뜨거운 물을 부어 역시 마침내 뚫어냈다. 하루 늦게 지난 주의 결산을 올리는 오늘은 정말로 봄이 됐는지 아주 화창하다. 지난 몇 주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흐린 날씨의 연속이었다가 어제 늦은 오후부터 예상치 못하게 해가 조금씩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공부를 아주 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아주 약간씩 했다. 그러다 보니 진전은 크게 없지만 몇 가지 지점에서 연구의 노선이 선명해졌다. 스피노자에게 두 가지 법의 구별과 인간의 법과 관련해서 가능성 개념과 상상력 개념의 역할에 관해 살펴본다면 나름의 독창성과 ..

신변잡기 2024.03.04

타인의 상처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매미 허물은 아주 심할 정도의 낙서나 무의미하고 무성의한 줄긋기 따위가 아니라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든 아니면 헌책방에서 구한 책이든 나는 책에 남아 있는 타인의 흔적을 썩 나쁘지 않게 생각한다. 나와 같은 책을 펼친 과거의 누군가의 시선이 머무른 곳을 조금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사실 그래서 이전에는 책 첫장에 대출카드가 아직 남아 있는 책을 우연히 빌리게 되었을 때에는 괜히 내 이름을 적어 넣고는 했다. 바쇼의 하이쿠 선집을 구해서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책에는 한 귀퉁이가 접혀 있는 페이지가 이곳 저곳 있었는데 나는 그 가운데서도 이 하이쿠에 눈길이 갔다. 어쩌면 단순히 중간 중간 독서를 중단한 위치를 표시한 것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여름 내가..

세쇄지담 2024.02.29

20240225_計

금주의 가장 충격적인 일은 내가 아주 중요한 날짜를 완전히 혼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일정 때문에 다른 일정을 이리 저리 옮겼던 것을 생각하면 참 황망하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쉬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와인을 조금 더 자세하고 정확히 알고 즐기고 싶어 와인과 관련한 책을 두 권 구매했다. 한 권은 한국어로 번역된 와인 입문서이고 다른 한 권은 역시 입문적 성격의 책으로 끄세쥬 시리즈에서 나온 제라르 마종의 Les 100 mots du vin이다. 이 책 역시 한국어 번역본이 있긴 하지만 전자책이 따로 나오지 않은데다 그냥 프랑스어로 읽으면 되겠다 싶어 종이책을 구했다. 하루에 두 단어, 그러니까 두 항목씩 읽어나가면 좋을 듯하다. 논문 심사 때 교수님이 지적하신 스피노자의 법 개념과 우연성과 가..

신변잡기 2024.02.26

20240218_計

사과조림을 하다가 오른손 검지를 살짝 베였다. 사과를 썰다가 상처가 생긴 것은 아니고 시나몬 가루의 포장을 뜯다가 일어난 일이다. 그렇게 세게 긁힌 것도 아닌데 피가 흘러나왔고 여전히 약간의 흉터가 남아있다.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가끔은 정말로 뜬금 없이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이런 사건 사고를 맞닥뜨리게 된다. 누가 거기에 베일 것이라고 상상이나 하겠는가. 이런 문제는 피할 수가 없다. 경황이 없었던 탓에 올리지 못했던 기간 동안의 신변잡기란 대체로 이런 성격의 일들로 메워졌다. 지난 금요일에는 거실의 전기가 나갔다. 정확히 말하면 전등 스위치가 먹통이 됐다. 두꺼비 집을 통해 켜고 끌 수 있었지만 불을 켜두면 지직거리는 소리가 꽤 크게 났다. 하지만 두꺼비 집을 내리는 방식으로 불을 꺼두면 아예 거실 쪽..

신변잡기 2024.02.20